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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다짐

노르웨이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세상의 끝이 온다면, 떠나야 할 여행

노르웨이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자주 손꼽힌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
‘지구 최후의 날 저장고’라고 불리는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가 있기 때문일까.
노르웨이의 최북단 스발바르제도에는 끔직한 재난에 대비해 전 세계의 씨앗을 저장하는 저장고가 있다.
인류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스발바르 국제저장고와 함께 노르웨이의 다양한 여행지를 소개한다.

글 성소영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씨앗 저장고

지구 온난화가 점점 더 심해져 우리가 사는 지대의 일부가 침수되거나 식물에도 전염병이 번져 전 세계에 재배 중인 곡식의 상당수가 사라진다면? 이와 같은 상상은 지나친 불안일까?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 하나가 전 세계를 멈춰버린 현 상황에서 질문을 돌이켜보면, 언젠가 또 예고 없이 지구에 재앙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노르웨이의 최북단, 노르웨이 스발바르제도 내 얼음섬에 자리한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는 만에 하나 지구를 위협할지도 모르는 지구온난화, 홍수, 전쟁, 식물질병 등에 대비해 세계의 식량 종자를 저장하는 곳이다. 식물학자 ‘캐리 파울러(Cary Fowler)’가 제안하고, 프로젝트를 이끌어 2008년 완성한 이 저장고에는 세계 각국에서 보내온 약 450만 종의 씨앗을 저장, 보관하고 있다. 콩, 깨, 옥수수, 땅콩, 고구마, 밀 등 종류도 다양하다. 종자를 오래 보관하려면 온도와 습도가 낮아야한다. 국제종자저장고가 노르웨이 스발바르제도에 자리한 이유다. 사람보다 북극곰의 수가 훨씬 더 많다는 이 섬의 60%는 빙하로 이루어져 있는데, 해발 130m 지점에서 수평으로 120m 깊이의 터널을 파고 그 끝에 창고를 지었다. 덕분에 저장고의 온도는 연중 영하 18도로 유지된다.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로 설사 전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되어도, 추운 북극의 날씨로 저장고의 온도도 영하 3도에 머문다. 종자는 자연 냉동 상태로 200년까지 견딜 수 있다. 핵전쟁이 일어나도, 소행성이 충돌해도 끄떡없다. 콘크리트로 단단히 벽을 둘러쌓았기 때문이다. 리히터 규모 6.2의 강진에도 무너지지 않도록 내진 설계를 했다. 그뿐 아니라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해도 침수되지 않는다.

스발바르로 날아간 우리의 씨앗들

국제종자저장고에는 우리나라의 토종 종자도 저장돼있다. 지난 2008년, 토종종자 33작물, 1만 3천여 자원을 한 차례 노르웨이로 보냈고, 올해 2월에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백두대간에 자생하는 식물종자 10종 10점을 비행기로 운송했다. 두메부추, 오갈피나무, 배조향 등 백두대간에 살면서 식용으로도 활용되는 식물들이다. 지난 10월에는 농촌진흥청에서 1만개의 토종 종자를 보냈다. 귀리, 강낭콩, 녹두, 돌콩, 동부 등 발아율이 높은 18개의 작물. 블랙박스에 밀봉되어 도착한 이 종자들은 국제종자저장고 3차 개방 기간이었던 지난 10월 말에 입고되었다. 재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세상의 끝이 찾아오더라도 우리는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에서 평범했던 나날의 씨앗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살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한번 이곳에 들어간 종자는 허가 없이는 절대 열어볼 수 없다. 실제로 2008년부터 지금까지, 국제 종자저장고에 보관되었던 씨앗이 나온 사례는 딱 한 번뿐. 2015년, 내전으로 식물 종자가 멸종 위기에 처한 시리아에게 보내기 위해서였다. 국제종자저장고의 문이 활짝 개방되는 건 단 하나의 순간, 인류에게 위기가 찾아왔을 때일 것이다.

오로라를 찾아 떠나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노르웨이가 손꼽히는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이유 중 ‘오로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쯤은 될 것이다. 실제로 수많은 이들이 ‘오로라 보기’를 버킷리스트로 꼽는다. 국제종자저장고가 위치한 스발바르제도는 오로라가 아름다운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겨울이면 해가 뜨지 않는 극야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오로라는 태양풍의 입자들이 대기에 있던 다른 입자와 충돌해 발생하는 신비한 현상이다. 한번 보면 매료돼 발길을 돌리기 어려울 만큼 아름답고 황홀한 풍경이라는 것도 세계인의 버킷리스트에 오로라가 자리하는 이유지만, 쉽게 볼 수 없어서 더욱 귀하다. 노르웨이를 찾았더라도, 자연이 허락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진귀한 풍경이기 때문. 하지만 스발바르제도는 지구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섬으로 오로라를 볼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스발바르 제도에서는 11월부터 2월까지 거의 매일 오로라 현상이 지속된다고 한다. 노르웨이에는 오로라로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는 트롬쇠도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의 실제 배경이기도 한 이곳에는 오로라를 관측하는 연구소도 자리하고 있다고. 오로라존 한 가운데에 자리해 연중 200일 이상 오로라가 나타나는 지역이다.

노르웨이의 중세 도시, 베르겐

진귀한 오로라를 보는 것도 좋지만 좀 더 쉬운 방법으로 노르웨이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도 있다. 노르웨이 서남쪽에 위치한 항구 도시 베르겐이 그곳이다. 12~13세기에는 노르웨이의 수도였다는 이곳은 과거 청어와 대구를 잡는 항구였는데 베르겐의 옛 부두 ‘브뤼겐 지구’에 여전히 그 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다. 뾰족한 지붕, 알록달록한 색으로 꾸며진 목조 건물이 바다를 보며 우뚝 서 있는 모습은 마치 동화의 한 장면 같다. 1360년부터 상인들의 창고 겸 숙소로 사용된 건물은 나무로 지어져있어 여러 번 화재 피해를 입었다. 그때마다 노르웨이는 원형 그대로 건축물을 복원해 지금까지 그 풍경을 유지하고 있다. 중세시대의 양식을 살펴볼 수 있는 브뤼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브뤼겐에서 도보로 5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는 플뢰엔 산을 오르는 노면 전차를 탈 수 있다. 전차를 타고 2~3분을 달려 플뢰엔 산 전망대에 오르면 베르겐 시내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고즈넉한 항구, 중세 양식의 형형색색 건축물, 바다와 숲이 어우러진 소박한 풍경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노르웨이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베르겐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세상에서 가장 긴 협곡, 송네 피오르

베르겐은 남동부의 ‘하르당에르 피오르’와 북동부 ‘송네 피오르’로 떠나는 유람선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소소하고 따뜻한 도시 베르겐을 둘러보고 난 뒤에는 노르웨이 여행의 백미, 피오르로 떠나야 한다. 피오르는 ‘내륙 깊이 들어온 만’이라는 뜻으로 200만 년 전, 산골짜기를 가득 메웠던 빙하가 녹으면서 만든 U자 형태의 깊은 골짜기에 바닷물이 유입돼 기다란 만이 조성된 자연물을 의미한다. 알래스카, 캐나다 등에도 피오르가 있지만 관광객들은 노르웨이의 피오르를 따라올 풍경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빙하가 산을 깎아 만든 웅덩이는 빙하만큼이나 커서, 바다처럼 큰 골짜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송네 피오르’는 길이가 204km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피오르다. 여행자들은 대부분 크루즈를 타고 송네 피오르를 둘러보게 되는데, 코발트빛으로 흐르는 물길의 양 옆으로 웅장하게 늘어선 병풍 같은 산, 녹은 눈덩이가 폭포수로 변해 떨어지는 풍경이 장관이다. 대자연 속에서는 거대한 크루즈도 한낱 티끌에 불과할 뿐이다. 그 웅대한 풍경을 생각하면 ‘피오르를 둘러본다’는 표현보다 ‘피오르라는 세계에 들어간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참고


국립백두대간수목원(https://www.bdna.or.kr)
농촌진흥청(www.rda.go.kr)
사이언스타임즈, 「식물판 노아의 방주 ‘국제종자저장고’」
문갑순, <사피엔스의 식탁>
마이클 브라이트 외,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자연절경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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